우리는 '아동인권' 이라는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아무도 모르는 새 학대를 받아 죽어가는 아이, 성폭력과 빈곤에 노출된 아이들에 대한 충격적인 사건이 주요 뉴스로 뜰 때마다 사람들은 분노하고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대부분 다음 사건이 일어날 때까지 잊는다. '시사기획 창: 나, 태어나도 될까요?' 편에서는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어서, 혹은 어른들의 시끄러운 싸움 속에 묻혀서 드러나지 않은 아동인권을 들여다본다.
◆ 출생신고
현행법에서 엄마가 사라진 미혼부 자녀의 출생신고는 법원의 허가, 재판, 소송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불가능한 상황이다. 출생신고를 거부당해, 태어났지만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 아이들과 아빠로 인정받지 못한 아빠들의 험난한 출생신고 과정을 취재진이 함께 했다.
소송 서류를 보내놓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2살 노을이, 복잡한 어른들의 사정으로 출생신고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던 6살 수애 등 아직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주장하지 못하는 이 아이들의 인권은 제대로 사회의 주목조차 받지 못해왔다.
법적으로 등록되지 못한 아이들은 '투명인간'이 된다. 학대를 받다가 혹은 사망한 뒤에야 발견된 많은 아이들이 출생신고가 안돼 존재 자체를 사회에서 알 수 없었다. 보건복지부가 2년 전부터 예방접종 기록 등을 통해 위기에 처한 아동을 찾아내겠다고 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은 이같은 복지제도 자체에서 비켜나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시사기획 창은 왜 이 아이들이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는지, 우리 법이 무엇 때문에 아이들의 출생신고를 '거부'하고 있는지 이유를 찾아 나섰다.
◆ 양육비
이혼가정 10가구 중 8가구가 양육비를 못 받는 상황, 급기야 양육비를 미지급하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까지 열리게 된다. '양육비는 아이의 생존권'이라는 주장은 양육비를 '개인 간 채무관계'로 보는 현재 법과 배치된다. 어른들이 이혼 과정에서 험한 싸움을 벌이고 양육비 소송을 하고 아이를 외면하는 동안 이혼가정의 자녀는 상처가 깊어간다. 정부 부처 간 불협화음과 허술한 법은 양육비 갈등을 개인들의 싸움으로, 가정 내 불화가 일으킨 문제로 범위를 한정시켜왔다. 양육비를 받고 비양육자(엄마든 아빠든)를 만나야 하는 아이의 권리가 양육비 문제의 해결책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없었다.
수십 년 간 반복되는 양육비 갈등, 최근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와 이에 대한 명예훼손 재판이 벌어지면서 양육비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시사기획 창은 요즘 흔히 다루어지는 '양육비 안주는 쪽과 주는 쪽의 싸움 구경'이 아닌 이 사태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또 이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부모의 이혼 이후에도 끝없이 상처받아야 할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나
한국은 지난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 아동 인권 현황에 대한 심사를 받았다. 출생등록의 어려움과 양육비 문제가 날카롭게 지적됐고 정부는 성실하게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답했다. 우리 사회는 보육에서 복지로, 이제는 인권으로 넘어설 단계가 되었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지적이다.
우리의 제도는 '아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어른들이 편리하게' 만들어져 있다.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학원을 가고 싶고, 떨어져 있는 부모가 만나고 싶은, 아이가 누리고 싶은 평범한 일상도 '아동인권'이라는 것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잔인한 학대 기사가 떠야 단편적으로 '아동인권'을 외치는 어른들은 무엇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성찰한다.
■ 방송 : 2020년 2월 8일(토) 밤 8시 5분 KBS 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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Негізгі бет 아동인권의 현주소...'나 태어나도 될까요?' [풀영상] | 시사기획 창 270회 (2020.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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