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란,
금지된 것, 선을 넘는 것, 그리고 위반하는 것.
혼자 지내기에는 지나치게 큰 집의 어딘가 공허하게 느껴질 정도로 넓은 거실.
목을 조이는 셔츠 단추를 귀찮은 듯 한 손으로 풀어헤친 백은 잠시 커다란 창 너머로 보이는 소원시의 밤 풍경을 응시하다 차 키를 집어 들었다.
시동을 걸자 빗소리와 섞인 엔진음이 기분 좋게 몸을 울렸다. 인간의 물건에 별 관심이 없던 그가 차에 약간의 흥미를 느끼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차를 몰고 있는 동안은 그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디로든 갈 수 있다... 라, 백은 자신의 생각에 코웃음을 쳤다. 정작 가고 싶은 곳에는 발 한 번 들이 밀어보지도 못한 겁쟁이 주제에.
빗물과 함께 흐려진 색색의 불빛들 사이로 어둠이 내려앉은 소원시는 퍽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의 황금빛 눈동자가 짙어진 이유는 비 내린 소원시의 풍경 따위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그녀를 떠올리고 있었다.
잔혹하고 무도한 포식자로 알려진 그였지만, 백은 그만큼 신중하고 집요했다.
과정을 수단이라 깔아뭉개는 만큼, 제대로 된 수단을 써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건 백이 타고 난 동물적 감각 중 하나였다.
선을 넘는 게 그의 일이었다. 목적 앞에서는 충분히 잔혹해질 수 있었다. 그러나...
백이 집에 도착한 것은 자정이 훨씬 넘어서였다. 셔츠를 벗어 던진 남자의 몸은 조각같이 아름다웠다. 쏟아지는 물 아래서 젖은 머리를 쓸어 넘긴 그의 한숨이 허공으로 흩어진다.
불과 연기의 향. 직원이 갖다 놓은 위스키는 그의 취향에 맞았지만, 한 손에 위스키를 든 채 서류를 뒤적이던 그의 생각은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일부러 정확한 주소는 묻지 않았다. 원한다면 이 잔을 비우기도 전에 주소뿐만 아니라 그녀의 모든 것에 대해 알 수도 있겠지만... 백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알면 스스로를 위반하고 말 테니까.
🌙
[사용된 음악]
Rachmaninov - Prelude in B-Minor, Op.32 No.10
Beethoven - Sonata No.17 in D Minor, "Tempest"
Bach, Busoni - Chaconne in D minor BWV1004
Rachmaninov - Prelude in F-sharp minor, Op. 23, 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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