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족 평원 음악은 바람의 나라 개발팀에서 처음 만든 곡입니다. 넥슨은 원래 사운드 직군이 없는 회사였는데, 제가 처음으로 넥슨에 사운드 전문 스탭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를 소개시켜준 분은 그래픽도, 사운드도 하는 만능캐였지만..) 전 직장의 팀이 해체되어서 회사를 나오게 되었기에, 불안할 수 밖에 없는 시기였고, 음악을 만드는 것 또한 직업으로 꾸준히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확신도 없던 때였네요.
넥슨은 원래 사운드 직군이 없는 회사여서, 처음엔 기획자로 들어갈 예정이었습니다. 전 회사에서는 주로 기획이었으니. 그런데, 창세기전 작업 이력이 있다 보니, 음악을 만들어보는 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아서, 기획과 음악 중에서 고르게 되는 상황이 왔고, 여기에서 선택을 하게 됩니다. 습작을 간간히 만들긴 했지만, 새로운 게임을 그렇게 맡을 수 있을까에 대한 확신은 없던 때에, 나름 큰 결정을 한 셈입니다.
그렇게 회사에 들어오게 되었고, 첫 한달은 그저 게임을 플레이해보면서 레벨을 올려보라는 게 일이었고, 표범 가이드북 보면서 세계를 파악했던 기억이 납니다. 회사에서의 사냥 만으로는 부여성을 벗어날 수 없었는데, 가이드북을 보면서 다양한 지역이 있음을 알 수 있었고, 대체적으로 마을과 평원을 좋아하는 제 취향에서 눈에 들어온 지역이 북방대초원이었습니다. 대략 상상하는 평원이 이 게임에도 존재하는구나 같은 느낌.
입사 후 첫 2주는 별다른 음악 장비도 없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사냥만 했었던 시기였고, 3주차 되던 때에 주문한 장비가 와서, 장비를 테스트해볼 겸 이리저리 건반을 치다가, 그날 오후에 첫 곡을 완성했습니다. 그게 바로 선비족 평원이네요. 원래는 북방대초원을 이미지로 하여 만든 곡이긴 한데, 실제 그 장소를 가서 떠올렸다기 보다는, 바람 가이드북의 내용을 보면서 상상한 이미지를 표현한 곡입니다. 대륙의 기상이 느껴지는 광활한 평원.
선비족 평원의 후반부 멜로디에서 사용하는 피리 소리가 참 영롱한데, 넥슨에서 구입한 신디사이저 음색 중 하나입니다. 원래는 이런 스타일에서 플룻 같은 악기 쓰는 걸 좋아하는데, 건반의 이런저런 음색들을 들어볼 때 이게 유난히 마음에 들어서, 이후로도 자주 쓰게 되었습니다. 바람의 나라 음악들은 대부분 롤랜드의 FANTOM이란 신디사이저로 만들었습니다.
개발팀이 해체되어 밖으로 나오게 되었던 스물 다섯의 위태한 순간 나름대로는 불안하면서도, 즉흥적으로 생각나는대로 이런저런 음악들을 만들게 되었는데, 운이 좋게도 전하고 싶었던 느낌들과 게임이 나름대로는 잘 어울렸던 것 같습니다. 시작을 잘 끊은 게 아닌가 싶네요.
S FIELD
KINGDOM OF THE WINDS REMASTER SOUNDTRACK
COMPOSED BY JOOEUN HWANG
remaster album download:
elore.bandcamp.com/album/rema...
#바람의나라_리마스터
Негізгі бет Ойындар 바람의나라 BGM 리마스터 - 선비족 평원 | S 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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