옅은 안개 깔린 뜨락에
봄비가 내립니다.
창문을 여니 먼지 내음 머금은 바람이
코 끝에 스칩니다.
엊그제 개심사의 봄을 만나고 왔습니다.
덕산에서 온천욕을 하고
봉산의 ‘천년의 느티나무’가 전해주는
거란족의 침략에 맞서 전선에 나섰던
고려 청년의 이야기를 들으며
용현계곡의 ‘보원사’ 빈터 부도탑에서
삶의 애욕이 한 알의 사리로,
.
끝내 먼지로 흩어지는 걸 느껴봅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가 아이들과 함께
도레미송을 부르며 나타날 듯한 목장 어귀에 들어섭니다.
봄빛 가득한 호반을 왼편으로 끼고 돌아서니
연분홍 벚꽃이 분분히 날립니다.
서늘한 산바람에 개화가 더디어
생각지 못한 호사를 누립니다.
벚꽃 가로수가 끝나면서
연두빛 청정의 세상으로 접어듭니다.
‘개심사(開心寺)’입니다.
방금까지 들떠 있던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오르막과 계단이 번갈아 이어지더니
봄숲에 안긴 가람의 전경이 나타납니다.
애욕의 번뇌를 떨쳐야 할 성소(聖所)에
겹벚꽃이 버티고 서있습니다.
캉캉댄서의 붉은 겹치마 닮은 꽃과
‘개심(開心)’이란 현판이 아이러니합니다.
색(色)과 공(空)이 메비우스의 띠처럼 휘돌아 넘나들고
선과 악, 천계(天界)와 욕계(欲界)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마침내 마음이 열립니다.
*목장사진 출처:m.blog.naver.com/az4312/22290...
Негізгі бет 봄날의 개심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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