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우연히 유튜브에서
50여년 전 강원도 인제의 한 두메산골 분교에 부임하는
부부교사의 다큐영화를 봤습니다.
갓 돌지난 아이를 등에 업고 양손에 보따리 든 아내와
이불로 보이는 보따리와 큼지막한 가방을 멘 남편이
버스 타고 나룻배 타고 다시 반나절을 산길을 걸어야
도착하는 두메 산골이었습니다.
서너 개의 보따리만으로 이삿짐을 꾸릴 수 있었던 시절,
선택의 여지가 없는 미니멀리스트의 삶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한 사람의 살아온 궤적은
이사의 기억으로 되짚어볼 수 있습니다.
태어나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이사의 경험은
적게는 여나믄 번부터 많게는 서른 번을 훌쩍 넘기는 수도 있습니다.
학업을 위해, 취업이나 결혼 등으로 부모님 곁을 떠나는 순간부터
겪게 되는 이사는 온전히 자신이 감내해야 하는 일이 됩니다.
돈 모을 욕심으로 메뚜기처럼 옮겨다니고
돈 없는 서러움으로 도심에서 쫓겨나 변두리를 전전하기도 합니다.
다들 서민이 겪는 애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해외로 떠나는 딸네의 이삿짐을 보면서
제가 남매를 낳아 가정을 꾸리고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부초처럼 떠돌았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이제 손주들은
이사 가는 마을에 정을 부치고 평생 함께할 친구를 사귀며
새로운 터전에 튼실히 뿌리 내리고,
마음의 고향으로 삼아 살아가길 바랍니다.
출처 : 두메학교(1970년대 초 강원도 두메산골 부부교사 이야기) • 1970년대 강원 두메산골 부부교사 이야기
Негізгі бет 부초 같은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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