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뜨락 모퉁이
대나무 한뭇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잎맥 터지는 한파에도 푸른 기운 잃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지 병색이 짙어지고
다른 꽃나무 심을 욕심에 베어냈습니다.
부드러운 바람 불고 언 땅이 녹으며
베어낸 자리 근처에 죽순이 돋아나기 시작했습니다.
봄비 오라가락하면서
비 온 후의 죽순이란 말처럼 하루가 다르게 자라
엄지와 검지로 감싸쥘 만한 대롱이 되었습니다.
풍파에 시달리고
시작과 끝의 매듭으로 숨을 고르며
단단한 마디로 중력을 거슬러 키를 키웁니다.
잎을 열지는 않았지만 반송과 높이를 겨룰 만합니다.
뾰족한 줄기 끝을 바라보면
몇 광년을 날아온 우주의 메시지에 귀기울이는
안테나 같기도 하고
살랑이는 바람결로
봄하늘에 사랑 편지 쓰는 펜촉 같기도 합니다.
Негізгі бет 대나무 연서(戀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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