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그리우스는 이 여정에서 하나님을 찾는 사람이 대면하게 되는 여러 가지 내면의 충동들을 분석하고 그 메카니즘을 묘사하는 데에 놀라운 수완을 발휘하였다.
그는 사람을 괴롭히는 내면의 모든 세력들을 「여덟 가지 악한 생각」으로 요약한다.
수행자가 사막에서 제일 먼저 마주치는 내면의 적은 「탐식」이다.
그 다음으로는 「성적 탐닉」이며, 「소유욕」(혹은 인색)이 그 뒤를 잇는다.
다음으로 오는 것은 「슬픔」이다. 이것은 앞의 욕망들을 채우지 못하는 데서 오는 좌절감이나 무력감과 관계가 깊다. 또한 많은 경우 자기에게 없는 것을 지닌 타인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는 데서 생긴다. 그래서 이 「슬픔」이라는 동전의 뒷면은 바로 「시기 질투」가 된다.
그 다음은 「분노」이다. 욕망들을 원하는 대로 채우지 못할 때, 슬픔의 시기가 지나면 분노가 치밀게 되어 있다. 그 뒤를 잇는 것이 유명한 「아케디아」인데, 현대어로는 사실상 번역이 불가능한 단어이다. 이것은 권태, 절망, 무기력, 우울 등의 심리적 위기 상태를 다 포함하며, 사람을 자살로 이끌기도 하는 치명적 힘이다.
다음에 오는 것이 「허영」 혹은 공명심이다. 이것은 자기의 역할이나 기능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믿게 하여, 타인의 인정과 긍정적 평가에 악착같이 집착하며 언제나 좋은 인상으로 각인되고자 전전긍긍하게 한다. 마지막은 「교만」으로서, 자기를 모든 이의 위에, 그리고 온 세상의 중심에 놓는다. 그래서 늘 남을 콘트롤하고 지시하며 가르쳐야만 직성이 풀리는데, 이로써 결국 자기를 하나님의 자리에 갖다놓게 되는 것이다.
악한 생각들과의 영적 투쟁인 이 수행 단계의 말미에 도달하게 되는 지점을 에바그리우스는 「아파테이아」(내적 자유)라 일컫는다.
이처럼 에바그리우스에게 「신학」은 책상머리에서 학자들이나 하는 지성적 작업을 훨씬 뛰어넘어, 영적 생활의 최심부(最深部)에 자리잡은 것이었다. 그가 남긴 한 단장은 천 육백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다가온다.
그대가 신학자라면, 그대는 정녕 기도할 것이다. 그대가 정녕 기도하고 있다면, 그대는 신학자이다
Негізгі бет 에바그리우스(여덟가지 악습) 강문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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