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아침 안개, 물참나무숲에 머뭇거리고
희붐한 하늘이 낮게 내려와 있습니다.
긴장이 풀리는 금요일입니다.
주5일제가 자리잡으면서
금요일이 주말이 된 셈입니다.
배추, 열무 섞어 담은 겉절이와
묵은 동치미 채썰어 양념에 조물조물 접시에 담고
거먹지 헹궈 된장에 슴슴하게 무치고
뜨락의 푸성귀 밀가루 묻혀 들기름에 부칩니다.
남편과 마주앉아 밥 한 사발 비우고 뜨락에 나서니
어느새 안개 걷히고 봄햇살로 눈이 부십니다.
뜨락을 벗어나 모처럼 산책길에 나섭니다.
인근 공원 숲길에 들어서니 온통 풀빛입니다.
엄동의 설한, 몸피 어디에
여리디 여린 푸른 기운을 품고 있었는지
신기하고 대견할 뿐입니다.
오월의 숲에는 푸른 햇살 가득하고
풋내 실린 바람이 연둣잎을 살랑입니다
금요일 오전의 공원 산책길에는
우리 내외뿐입니다.
잎새를 흔드는 바람의 기척과
이따금 들리는 산새 소리가
숲길의 고요를 더해줍니다.
벤치 두어 개 봄햇살 가득 안고 나란히 있습니다.
맞춤하게 데워진 벤치에 앉으니
퇴직 전의 숨가빴던 일상이 떠오르고
오클랜드에서 새 둥지를 마련하고
긴장 속에 살아가는 딸네가 생각납니다.
애환으로, 번민으로 얽히고설킨 인생
오롯한 평화는 저만치 서성이고 있습니다.
Негізгі бет 금요일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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