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말 개봉한 영화 '오버 데어'를 보았다. 개봉이 한참 지난 뒤 관심이 생겨서 영화를 볼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막차에 간신히 오른 기분.
아모레퍼시픽 사옥의 작은 상영관에서 관람한 영화 '오버 데어'.
'제주도 영화'에 기대할 수 있는 모든 장면이 삭제된, 그야말로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제주도의 민낯을 담았다. 육지 사람인 내가 평생에 걸쳐 제주도 여행을 가더라도 결코 볼 수 없을 장면으로 가득 차 있다.
장민승 감독이 2015~2017년에 걸쳐 직접 찍은 영상들. 의도적으로 궂은 날씨에만 촬영한 건가 싶을 정도로 아주 우중충하고 무채색에 가까웠다. 피사체의 질감이 다양해서 더 큰 화면으로 보지 못 한 것이 유일하게 아쉬웠다. 영상 외에도, 집채만 한 파도가 정지된 듯 몰려올 때, 그리고 마지막 엔딩 크레딧의 웅장한 음악이 좋았다. 새가 날아가는 듯한 목소리도.
사실 서사가 없는 44분의 영화를 보며 무얼 느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예술알못) 다만, 멈춰있는 물결의 굴곡과 얇은 선이 촘촘히 겹쳐있는 듯한 질감, 사물거리는 안개처럼 흐르는 목소리, 새까만 우주에 둥둥 떠 있는 듯한 작은 어선. 영화가 끝나는 순간 그런 조각들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충분하다. 신선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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Негізгі бет 기둥 사이로 조각난 여름이 말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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