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는
정호승 시인의 '죄송합니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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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숟가락을 들고 있어서 죄송합니다
도대체 뭘 얻어먹을 게 있다고
해는 지는데
숟가락을 들고 하루종일
지하철을 헤매고 다녀서 죄송합니다
살얼음 낀 한강에 떠다니는 청둥오리들
우두커니 바라보아서 죄송합니다
한강대교 위에서 하늘로 힘껏 던진 돌멩이들
별이 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믿음이 없으면서도 그분의 옷자락에 손을 대고
그분의 신발에 입맞추어서 죄송합니다
진주조개를 돌로 내리쳐서
채 만들어지지도 않은 진주를 꺼낸 일도 죄송합니다
겨울비 내리는 서울역 뒷골목
오늘도 흰 구름이 찾아오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언제나 시작도 없이 끝만 있어서 죄송합니다 //
= 정호승 시집 '밥값'(2010, 창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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Негізгі бет 죄송합니다 _ 정호승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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