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이야기
1925년경 우리 대중가요는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축음기라는 기계가 발명되며 레코드판이 음악을 전달하는 주요한 수단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지요. 레코드를 전문적으로 제작, 생산하는 레코드사들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우리 전통민요는 편곡 작업을 거친 후 음악적인 변화를 띤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에 와서는 이를 '신민요'라는 장르로 이름지어 부르고 있습니다. 국악에서 쓰이는 악기가 아닌 서양의 악기들로 반주를 하게 되었고, 음계 또한 서양의 그것을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애초에는 당시의 모든 대중가요를 신민요라는 카테고리에 넣고 홍보를 하였으나 나중에는 민요적인 성격이 강한 노래들만을 신민요라고 부르게 되었답니다. 이화자 선생님으로 대표되는 신민요가 처음에는 남인수, 이난영 선생님의 노래 모두를 포함하고 있었던 거지요.
오늘 소개해드리는 '봄바람 님바람'은 신민요 가수로서 크게 주목받았던 황정자 선생님의 노래입니다. 1940년 오케레코드에서 첫 음반을 출시하며 천재 소녀 가수로서의 길을 걷나 싶었지만, 데뷔 앨범은 기존의 신민요에 밀려 크게 알려지지 못했고 1943년 태평양전쟁에 많은 물자와 인력이 동원되면서 레코드 취입이 중단되는 사태를 맞으며 결국 황정자 선생님은 1944년 신태양악극단의 단원이 되어 순회공연을 다니게 됩니다.
현인, 신카나리아, 황해, 이인권 선생님 등 많은 스타들이 신태양악극단에 속해 활동하고 계셨는데, 황정자 선생님은 김용대 선생님과 함께 소년, 소녀 가수로 활약하면서 서로 가까워집니다. 얼마 전 김용대 선생님의 '청춘의 꿈'에 대한 곡 소개를 하면서 말씀드린 바 있지만, 두 분은 중국에서 활동 중 광복을 맞게 되고 귀국 후에 함께 사셨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렇게 6.25 전쟁을 거치고 레코드 제작이 활발해지면서 황정자 선생님은 곡 작업에 매진하게 되는데, 해방 후 '오동동 타령'을 시작으로 '초립동 맘보', '비 오는 양산', 개나리 순정', '노래가락 차차차'등을 히트시키게 됩니다. 이어 이 노래 '봄바람 님바람'도 선생님의 히트곡 중 하나입니다. 물론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황정자 선생님의 곡은 당연히 '처녀 뱃사공'일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천재 보컬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기에, 신민요 가수이면서도 어떤 장르의 노래라 해도 잘 소화해내는 능력이 있었다고 합니다. 1958년 고명기 작사, 한복남 작곡으로 발표된 '봄바람 님바람'은 젊은 처녀총각의 첫사랑의 마음을 예쁘게 표현한 가사에 구성진 곡조와 황정자 선생님의의 꾀꼬리 같은 목소리가 어우러져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꽃바구니 데굴데굴 금잔디에 굴려 놓고
풀피리를 불어봐도 시원치를 않더라
나는 몰라 웬일인지 정녕코 나는 몰라
봄바람 님의 바람 살랑 품에 스며드네
삼단같이 치렁치렁 동백기름 검은 머리
천리춘색 봄바람에 속타는 줄 모르리
꿈도 많고 한도 많은 열여덟 봄 아가씨
봄바람 님의 바람 살랑 품에 스며드네
아지랑이 가물가물 낮꿈 꾸는 한나절에
칠보단장 꾸민얼굴 어느 뉘게 보이리
안절부절 못하고서 뒷문만 들락날락
봄바람 님의 바람 살랑 품에 스며드네"
완연한 봄 기운이 느껴지는 지금, 애틋하고 다정한 노래 '봄바람 님바람'을 들으며 기분 좋은 추억을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황정자 선생님의 기교 넘치면서도 여유있는 창법은 긴 세월이 지난 지금도 감탄사를 절로 나오게 합니다.
Негізгі бет 주현미 - 봄바람 님바람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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