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록문화연구소 후원/헌금
[IBK기업은행(기록문화연구소)] 621-036310-04-018
---------------------------------------------------------------------------------------------------------------------------------------------------------------
2018년 이 땅을 떠난 유진 피터슨 목사는 ‘우리 시대의 기독 영성가’이면서 ‘목회자들의 목사’란 소리를 들었던 분입니다. 그는 교수로서 오래 가르쳤고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낸 탁월한 작가였습니다. 성경을 현대어로 번역한 ‘메시지’를 비롯해 ‘한 길 가는 순례자’‘그 길을 걸어라’‘다윗,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 등 수많은 책을 썼습니다. 그러나 그는 교수와 작가이기 이전에 무엇보다 목사입니다. 그에게는 목사라는 확고한 정체성이 있었습니다. 생전에 피터슨 목사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자신은 다른 어떤 것 보다 목사로 기억되기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1932년 미국 워싱턴의 이스트 스탠우드에서 태어나 몬태나주의 칼리스펠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피터슨은 1958년 미국장로교단(PCUSA)에서 안수를 받고 목사가 되었습니다. 물론 그 사이 시애틀 퍼시픽 대학교에서 철학을, 뉴욕 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는 등 목사가 되기 위해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안수를 받았다고 ‘어느 날 갑자기’ 목사가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목사라고 불린다고 목사는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1959년부터 61년까지 그와 아내 잰 사모는 치열하게 목사와 목사 아내의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하며 ‘목사라는 소명’의 탄생을 기다렸습니다. 그 3년은 잉태의 기간이었습니다. 결국 가르치는 일과 교회의 일, 결혼 등이 합해져서 피터슨 부부에게 목사의 소명이 낳아졌습니다. 목사로서의 소명을 받았을 때의 경험을 이렇게 말합니다.
“어느 시점엔가 양수가 터졌습니다. 우리는 목사와 목사의 아내로 태어났습니다. 목사가 내게 소명이 되었던 것처럼 목사의 아내도 잰에게 소명이 되었습니다. 목사는 내게 부르심이었고, 내 인생의 모든 조각의 합, 곧 소명이었습니다.”
목사란 누구일까요? 유진 피터슨 목사에 따르면 목사는 ‘일을 해결해야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목사는 사람들 사이, 그리고 사람과 하나님 사이의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공동체 안에 세워진 사람입니다. 목사가 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현장을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언제나 인격적이고 쉬지 않는 기도의 일이야말로 목사의 일입니다. 목사는 소명이지 결코 직업이 아닙니다. 피터슨 목사는 ‘유진 피터슨:부르심을 따라 걸어온 나의 순례길’이란 책에서 격정적으로 강조했습니다. “나는 목사로 고용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목사의 일차적 책임은 내가 섬기는 사람에 대한 것이 아니라 내가 섬기는 하나님에 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1962년부터 메릴랜드에 ‘그리스도우리왕장로교회’를 개척해서 30년간 사역했습니다. 그에게 교회란 무엇일까요? 피터슨 목사는 교회를 ‘죽음의 나라에 세워진 하늘의 식민지요, 이미 시작된 하나님 나라를 증언하게 하는 성령의 전략’이라고 정의합니다. 그가 담임했던 교회에는 수많은 영혼들이 있었습니다. 그의 이 말이 특히 와 닿습니다.
“목사에게 맡겨진 영혼에게는 이하동문(以下同文)이 없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들이 귀하고 특별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목회 현장에는 잘 차려입은 ‘신사 숙녀’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상처받아 울부짖는 사람들도 그득했습니다. 피터슨 목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사자 굴에 갇힌 사람들, 콜로세움에서 맹수들과 마주하는 남자와 여자들의 목사였습니다.”
다양한 회중들과 함께하는 목사로서 피터슨에게 주어진 과업은 ‘오늘’이라고 하는 이 시간에, ‘여기’라고 하는 이 장소에서 복음을 실제로 ‘살아내도록’ 격려하는 것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인내하며, 인격적으로 살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목회였습니다. 물론 목사는 먼저 복음을 현장에서 ‘살아내어야’ 했습니다.
회중과의 관계에서 목회는 ‘목사 자신이 주목 받으려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바라보려고 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그의 고백은 울림이 있습니다. “목사로서 내게 하나님이 그들(성도)의 인생에 하시는 말씀을 듣고 그들의 인생에 행하시는 일을 볼 눈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이 그들의 인생에서 하시는 일을 목격하는 증인이 되고 싶습니다. 목사는 하나님을 위해서 무엇을 얼마나 잘했는지 평가하고 성적표를 내주는 학교 선생님이 아닙니다. 목사는 공동체 안에서 유일하게 자기 마음껏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진지하게 봐 주고,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그들이 ‘하나님의 형상’이기에 가지는 존엄성을 회복해 주는 사람입니다.”
피터슨 목사는 평생 ‘회중의 미국화’, 그리고 ‘성공주의 목회’에 대해서 강하게 저항했습니다. 그의 이 말을 들어보십시오.
“나는 이 ‘빌어먹을 교회를 운영하는 목사’가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도권 안의 종교직업인이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인정하느냐 무시하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는 목사가 되고 싶지 않았다고요. 간단히 말해서 소비자 중심이고 명성 중심인 미국 문화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가장 보상받는 그런 목사가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유진 피터슨 목사의 말은 이 땅의 목회자들을 격려하기도, 아프게도 합니다. 그러나 ‘목사는 다른 것으로는 대체 불가능한 고유한 소명자’라는 그의 말이야말로 목회자들을 향한 최고의 헌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이 말은 종교 시장이 무너진 이 불신의 시대를 살아내어야 하는 목회자들의 고개를 번쩍 들게 합니다.
유진 피터슨 목사는 목사, 특히 진정한 목사는 정말로 소중한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목사는 영혼의 시인이라고까지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목사가 되려고 헌신했던 시절에 지녔던 목사로서의 소명감은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처럼 엷어지고 어느덧 소비주의 종교에 함몰되어버린 자신을 확인하는 목사야말로 초라한 존재라고도 했습니다. 지금 시대에도 훌륭한 목회자들이 많이 계실 것입니다. 이름 없이, 빛 없이 오직 주님의 사랑으로 인해 묵묵히 소명의 길을 걸어가는 목회자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목사라는 단어에서 어떠한 경외감도 찾을 수 없이 권위가 땅에 떨어진 시대인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나는 목사다! 너도 역시 목사다!”라면서 목회자의 소명을 강조하는 유진 피터슨 목사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듯합니다. 거듭 그의 말을 전합니다.
“나는 목사다. 내가 하는 일은 하나님 그리고 영혼과 관계가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 그 누구도 눈으로 본 적이 없는 거대한 신비다. 나는 하나님을 위해서 시간 관리 사업을 해 주는 관료로, 혹은 영원한 진리를 분류하는 도서관 사서로 인생을 끝내고 싶지 않다. 나는 하나님을 ‘팔고 싶지’ 않다. 잡다한 종교적 업무를 하다 목회를 마치고 싶지 않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경험하며, 위대한 그분을 소개하고 싶다. 목사로서 나는 인간의 필요와 하나님의 은혜가 만나는 교차로에 있다. 그렇다. 목사는 나의 소명이다. 그래서 목사의 길은 부르심에 따라 걸어야 할 순례의 여정이다.”
#유진피터슨 #유진피터슨목사 #메세지성경 #부활을살라 #목사는누구인가 #나는목사다 #목사의소명
Негізгі бет ['목회자의 목사' 유진 피터슨] 이 땅의 목사들에게...
Пікірлер: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