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오늘 인스타그램에 아직 눈으로 덮혀있는 콜로라도 산맥의 사진들을 올렸습니다.
용재 오닐이 세계 최정상이라 평가받는 타카치퀄텟(Takács Quartet) 의 비올리스트로 조인했을 때 무척 기뻤습니다. 최정상의 현악4중주단인 만큼 세계 최고 공연장들의 초청이 쇄도했고, 누구보다 많은 연주를 하는 만큼 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겠다 싶은 안도감. 또 누구보다 실내악을 좋아하기에, 세상의 좋은 연주자들과 원없이 실내악을 즐길 수 있겠다 싶은 기대감.
코로나 팬데믹을 맞아 뉴욕 카네기홀, 런던 위그모어홀 등 연간 100회 순회공연의 꿈은 잠시 접어야 했겠지만,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좋은 기회가 된 듯 합니다. 타카치퀄텟 단원들은 University of Colorado Boulder 의 상주 음악가이자 교수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아스펜, 콜로라도 산맥 등 천혜의 자연을 만끽하는 시간이 주어진 것이지요.
영상은 2013년 12월 #크레디아 크리스마스 콘서트에서 연주한 막스 부르흐의 콜 니드라이(Kol Nidrei)입니다. 크리스마스에 콜 니드라이라니.
유대교에서 Yom Kippur이라고 일컫는 속죄일에 부르는 성가에서 나온 곡이기에 신의 날이라 불리우는 곡. 콜 니드레(Kol Nidre)는 모든 서약들(All Vows)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이 기도 음악을 통해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지키지 못한 서약들이 모두 용서받기를 기원했다고 합니다.
1881년 라이프찌히에서 첼로와 오케스트라 연주로 초연되었으니, 140년이 지났군요. 너무 뛰어난 작곡가 부르흐였지만 슈만, 브람스 등 직전의 낭만파 작곡가들에 묻혀 덜 평가된 아쉬움이 있고... 심지어 말년에는 유대인으로 의심한 나치의 탄압까지 받았으니 억울한 작곡가입니다.
지휘자 장한나는 첼로는 레퍼토리가 워낙 적어서, 큰 음악의 바다에 빠지고 싶어서 지휘를 택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언젠가는 첼리스트 장한나의 모습도 다시 보기를 기대합니다.
첼로에 비하면 비올라는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일반인들이 아는 곡들이 워낙 적어서, 용재오닐은 첼로곡이나 바이올린 곡을 연주하는 경우도 많았죠.
부르흐나 용재 오닐 본인은 막상 억울하지 않았고, 나는 매 순간 즐기며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모두가 가장 기뻐하고 축하하는 크리스마스 주간에 콜 니드라이를 연주했다는 것입니다. 그 날 연주를 마치고, 그는 직원들의 동행도 사양하고 명동으로 향했습니다. 그날 늦은 저녁에 본인이 가장 즐겨먹던 맥도널드 세트를 수십개 사들고는, 을지로 지하상가의 노숙인들에게 나눠주고 왔다는 이야기를 나중에서야 들었습니다.
화려함 뒤에 숨겨져서 보이지 않는 곳, 외로운 사람들에게 작은 빛 하나라도 비춰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4월 29일 모차르트 레퀴엠 공연이 열립니다. 1부에 첼리스트 #문태국 의 연주로 만나게 될 부르흐의 콜 니드라이. 참으로 기대되는 순간입니다. 시간의 길고 짧음을 넘어, 종교를 넘어, 우리가 했던 약속들에 대해 새삼 돌이켜 볼 수 있는.
by Glenn PD
리처드 용재 오닐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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