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동적 정보와 정보의 행위
봄은 물리적 실체로서의 전자를 고정된 입자라기보다는 하나의 ‘과정’으로 봅니다.
지속적으로 내부의 구체적인 방향을 향해 붕괴되어가면서 동시에 바깥으로 확장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과정이 양자잠재력에 의해서 가이드된다는 것입니다.
양자입자나 양자사건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양자잠재력 혹은 ‘정보의 행위(activity of information)’가 필요합니다.
정보가 ‘행위’를 한다는 말은 단순한 메타포가 아니다.
물리적 실체로서의 정보는 일정한 ‘행위’를 합니다.
정보는 추상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무엇인가 실질적인 행위를 하는 능동적 실체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봄의 "능동적 정보"와 "정보의 행위"라는 개념을 살펴보고 프리스턴의 '능동적 추론'의 개념과의 접점에 대해서 생각해보려 합니다.
나아가서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가장 기본적인 인지적 틀인 '인과관계'를 넘어서는 '생성질서'에 대해서도 살펴보고자 합니다.
봄에 따르면 부정적 감정인 분노에 휩싸이는 것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은 모두 인과관계로는 충분히 설명될 수 없는, 대표적인 생성질서의 사례들입니다.
우리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상대방에게 무엇인가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상대방의 의식 속으로 내향적 펼쳐짐의 과정입니다. 그러한 커뮤니케이션의 효과 역시 인과관계가 아니라 생성질서의 관점에서 살펴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출처: 내면소통 323 - 339)
‘정보의 행위’라는 개념이 생소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는 점은 봄 자신도 인정한다.
기계론적 세계관에서 ‘행위’는 물리적 실체에만 적용되는 개념이었기에 물리적 실체가 아닌 ‘정보’가 어떤 ‘행위’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마-시그니피컨스의 개념을 통해 살펴보았듯이 물리학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물질과 마음은 모두 에너지로서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같은 실체다.
따라서 ‘능동적 정보(active information)’ 또한 물질과 정신의 이론적 통합의 고리를 제시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봄은 양자잠재력 혹은 능동적 정보의 작동방식을 커다란 배가 레이더 신호로 방향을 찾아가는 것에 비유한다.
레이더 신호는 분명히 배의 진행 여부와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결코 ‘힘’으로 배를 끌어당기는 것이 아니다.
배의 움직임은 엔진 힘과 주변 환경인 파도와 바람의 힘으로 움직일 뿐이다.
다만 배는 레이더 신호의 ‘가이드’를 받아서 따라간다.
배는 레이더 신호라는 ‘정보’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이다. 이때 레이더 신호는 분명 물리학적 실체지만, 한편으론 지속적으로 배의 진행 방향을 ‘형성시키는 과정에 있는(in-form)’ 잠재력이기도 하다.
이러한 잠재력이 정보의 본질이다.
정보(information)는 곧 ‘형성시키는 과정(in-formation)’인 것이다.
양자잠재력은 전자를 입자와 장(field)의 분리할 수 없는 결합으로 본다.
내재적 질서로서의 장(field)은 능동적 정보로서 입자의 행동을 가이드한다.
이러한 장(field) 개념이야말로 양자물리학과 뉴턴의 고전물리학을 구분 짓는 핵심이다.
능동적 정보의 개념은 ‘나뉠 수 없는 전체로서의 우주’와 양자물리학의 ‘비국지성’의 기반이 된다.
또 능동적 정보의 개념은 물질과 정신을 구분하지 않는 새로운 이론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데, 여기에서 핵심 개념은 독립된 실체들 사이의 외적인 상호작용이 아니라 전체로서 하나인 다양한 요소들의 ‘내향적 펼쳐짐’과 ‘참여’다.
기호학자인 퍼스, 뇌과학자인 프리스턴, 물리학자인 봄이 모두 인간 의식작용의 핵심에 ‘추론’이 있다고 본다.
추론과 예측오류는 모두 ‘형성시키는 과정(in-formation)’으로서의 특성을 가졌다.
그것은 배를 움직이는 엔진의 힘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엔진의 힘을 일정한 방향으로 가이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능동적’이다.
봄의 핵심적인 개념인 ‘능동적 정보’와 프리스턴의 핵심적인 개념인 ‘능동적 추론’에서 공통으로 사용되는 ‘능동적(active)’이라는 말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뜻을 함축하고 있다.
첫 번째는 피동적이 아니라 ‘능동적’이라는 뜻이다.
자유에너지 원칙에서 뇌의 추론 과정은 주어진 자극에 수동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역동적 균형상태인 알로스태시스를 향해 끊임없이 능동적으로 예측하고 자신의 모형에 따라 조절을 한다.
그렇기에 동일한 자극에 대해서도 뇌는 상황과 조건에 따라 끊임없이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된다.
봄의 능동적 정보 역시 양자잠재력으로서 능동적으로 입자를 형성(formation)시키고 가이드한다.
두 번째는 ‘행위’와 관련된다는 뜻이다. 생명이란 움직임이다.
신경시스템 자체가 움직임을 위해 존재하고, 동시에 움직임은 감각상태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움직임을 전제로 지각하며, 지각된 것을 바탕으로 움직인다.
마코프 블랭킷 모형에서의 감각상태가 추론을 통해 생산해내는 것이 지각(perception)이고, 마찬가지 방식으로 내부상태가 추론을 통해 생산해내는 것이 개념(conception)이다.
이것이 의식의 기반이다.
프리스턴의 능동적 추론은 하나의 생명체가 주어진 환경에서 움직임을 통해 살아남기 위한 시스템이다. 이것이 뇌의 존재 이유다.
한 사람의 내부상태인 의식이 형성하는 의미와 생각이 일종의 에너지 흐름으로 다른 사람의 의식으로 펼쳐져 들어가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이다.
봄은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이야말로 내재적 질서와 내향적 펼쳐짐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본다.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는 ‘전체로서의 우주’의 작동방식 자체가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생성질서
기계론적 세계관은 인간의 몸과 마음의 작동방식을 인과론적으로 이해한다.
예컨대 병에 걸리는 것은 외부의 어떤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침투에 의한 것이고, 소통을 잘해서 설득이 이뤄지는 것은 타인으로부터 유입되는 어떤 메시지에 의한 것이라는 식이다.
이러한 세계관에서 ‘바이러스’나 ‘메시지’는 고정된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이고, 그것이 또 다른 고정된 실체인 인간의 몸이나 마음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이해된다.
봄은 기계론적 세계관의 인과관계를 대체할 수 있는 개념으로 ‘생성질서(generative order)’를 제안한다.
생성질서는 외적으로 영향을 주고받기보다는 능동적 정보의 영향을 받아 이에 반응함으로써 새로운 질서를 ‘생성’해낸다는 의미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폐렴을 앓게 되거나 소통에 의해 설득되어 생각이 바뀌는 것은 인과관계적 관점보다는 생성질서의 관점에서 설명해야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생성질서의 대표적인 사례는 바이러스 감염이다.
인류를 팬데믹의 공포로 몰아넣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역시 인과관계보다는 생성질서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는 것은 바이러스가 독립적이고 외적인 실체로서 우리 몸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바이러스는 일종의 DNA 파편들에 불과하다.
그것이 우리 몸 세포 속의 유전자를 교란해 바이러스를 증식시키도록 유도한다.
바이러스는 우리 몸 세포의 복제 시스템을 이용한다.
외부에서 오는 바이러스는 일종의 ‘능동적 정보’다.
그것의 ‘가이드’를 받아서 우리의 몸이 스스로 에너지와 단백질을 공급하고 화학작용과 대사작용을 통해서 바이러스를 증식시키는 것이다.
바이러스 감염은 그 자체로서 질병이라기보다는 몸으로 하여금 염증을 비롯한 여러 가지 질병을 만들어내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생성질서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바이러스가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을 우리 몸이 스스로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바이러스야말로 능동적 정보로서의 ‘인-포메이션(in-formation)’인 것이다.
바이러스는 마치 배의 진행 방향을 알려주는 무선라디오 신호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마치 입자 상태에 영향을 주는 양자잠재력과도 같다.
바이러스는 우리 몸 안으로 내향적 펼쳐짐을 하는 것이다.
봄은 분노와 같은 특정한 감정 상태 역시 생성질서로 본다.
기분 나쁜 일이나 모욕적인 언사로 인해 분노가 생기는 것은 마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외부 원인에 의한 감정의 유발은 결코 인과관계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분노의 계기가 되는 사건은 마치 바이러스처럼 외부에서 주어지지만 그러한 자극으로부터 분노라는 감정을 만들어내고 키워가는 것은 내부상태의 의식이기 때문이다.
기분이 상했던 일을 반복해서 되뇌고, 스스로의 분노를 끊임없이 합리화하고, 상대방의 잘못을 비난하는 생각을 지속적으로 증폭시킴으로써 분노라는 감정은 계속 유지되거나 점차 강화되기 마련이다.
분노뿐 아니라 불안이나 우울 등 다른 부정적 정서를 유지하고 증폭시키는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 본질적으로 생성질서다.
특정한 부정적 사건은 마치 바이러스처럼 우리 마음에 작용한다.
생성질서로서 특정한 부정적 생각은 우리 마음에서 증폭된다.
그러한 부정적 생각에 에너지와 영양분을 공급해서 계속 키워나가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한편 면역시스템이 바이러스 감염 상태를 이겨내듯이 마음의 면역력, 즉 마음근력이 강한 사람은 부정적 사건이 마음을 숙주로 삼아 확산되는 것을 스스로 막을 수 있다.
마음근력은 곧 ‘감정적 면역력’이기도 하다.
감정적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그리 대단하지 않은 부정적 사건이나 트라우마도 커다란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몸의 면역력을 키우는 것은 외부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몸의 새로운 생성질서를 만드는 것이고, 마음근력을 키우는 것은 외부의 부정적 사건에 반응하는 마음의 새로운 생성질서를 건강한 방향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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