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고명재
루드베키아라는 꽃에서 시작합니다
그것은 노란 꽃인데요
노랑은 독주를 넘길 때 목젖을 치는
모든 술들의 지느러미 색입니다
흔들어둔 샴페인을 누르는 엄지죠
지문 밑에서 전갈자리가 간질거려
요
들리나요 개들이 흙길을 달리는 소리
우리는 밤하늘에 탄산수를 엎지른 채로
멀리 떨어진 별들의 재채기 소리를 들어요
사과를 깎거나귀를 파거나 참깨를 뿌릴 때
지갈갈거리는 모든 소리에 노랑이 있어요
당신의 개가 샛노란 털을 두르고 있죠
노랑은 힘차고 당당합니다 절정을 내딛죠
오늘은 창밖으로 이불을 터는 날
귀와 귀를 붙집고 황소를 타듯
입술을 깨물고 힘차게 이불을 털면
섬유의 파도 끝에서
모서리가 열리는
그 순간의 정점도 노랑입니다
그러니 나랑 꽃 보러 같이 갈래요
소리 없이 성냥을 켜는 법을 알아요
머리가 무거운 꽃이 허청,휘청거릴 때
우리의 눈동자엔 혜성의 꼬리가 밝게 스치고
손끝으로 얼굴을 쓰다듬으며 나랑 같이
책 보러 강에 갈래요
콩나물처럼 머리를 밝히고 사랑을 말해요
불상처럼 차분하게 눈감은 채로
왼편으론 당신, 강물, 둔덕이 있고
오른편엔 감자 같은 내가 있지요
나는 그래요 그냥 있어요
곁은 그런 것
손 내밀면 확고한 형태로 있을 거예요
수천 년을 건너온 은행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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