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엔 여느 아이들처럼 애착 인형이 있었다. 토끼 인형 바비였다. 특별한 날 받은 선물도 아니지만 이름을 지어주고 가장 친한 친구로서 머리맡에 뉘여 잠들곤 했다. 내 앳된 시절을 채워준 수많은 장난감 중에서 유일하게 그 이름과 형태가 뚜렷이 기억나는 것을 보면 얼마나 바비를 아꼈는지 알 것 같다. 바비는 슬픈 일이 있을 때면 커다란 귀로 들어주고, 껴안고 한바탕 울고 나면 함께 축축해져 있곤 했다. 추억은 많지만 바비와 언제 어떻게 무슨 이유로 헤어졌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삶에는 소중했지만 언젠가 내가 버렸거나 남겨졌거나 하는 알 수 없는 일들이 늘 빈번히 존속하므로.
난 대부분의 시간 속에서 바비를 잊고 지내지만 1년에 한 번쯤은 그 인형이 어디에 있을지, 어떻게 지낼지 나를 원망하고 있지는 않을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한다. 아직도 나를 작고 여린 아이로 여기고 있을지, 어른이 되어버린 나를 대면한다면 뭐라고 말해줄지.
이렇게 소중했던 것들과의 연결을 떠올리면 난 가끔 애착했던, 다정했던, 애정했던, 소중했던 많은 것들과의 이야기가 흘러갔으나 고여 있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나만 그런 기억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며, 엄청난 우연의 우연으로 그들과 함께한 것도 아니었고, 그땐 그렇게 큰 의미를 지니는 줄도 몰랐던, 늘 서로를 지켜주고 아끼던 것들.
숱한 시간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묻혔지만, 결코 기억의 무덤으로 들어가진 않은. 여전히 소중했던 기억으로, 애틋한 형태와 이름이 남아 있는. 따뜻한 온도의 기억으로 떠올리며 난 미안하기도 궁금하기도 다시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러므로 여전히 사랑이 남아 있으므로.
그러나, 그래도, 그렇지만 여전히 우리의 삶은 사랑이므로.
제목과 본문은 작가의 도서 '결국 해내면 그만이다'에서 발췌했습니다.
image : 8월의 크리스마스(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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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카더가든 - 갈게
03:04 카더가든 - 파도
06:47 카더가든 - 나무
10:39 카더가든 - 기다린 만큼, 더
15:05 카더가든 - together
19:02 카더가든 - 그날, 우리
22:36 카더가든 - 의연한 악수
26:20 카더가든 - 미안하다는 말
31:22 카더가든 - 가까운 듯 먼 그대여
34:37 카더가든 - memorize Our night
38:39 카더가든 - 명동콜링
42:36 카더가든 - 아무렇지 않은 사람
46:15 카더가든 - 31
49:30 카더가든 - stay
53:30 카더가든 - 꿈을 꿨어요
56:50 카더가든 - home sweet home
#플리 #플레이리스트 #카더가든
Негізгі бет 그러나,그래도,그렇지만 여전히 우리의 삶은 사랑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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