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화대종주 (화엄사-대원사)
*루트 : 화엄사-노고단-삼도봉-토끼봉-연하천대피소-형제봉-벽소령대피소-선비샘-칠선봉-세석대피소-촛대봉-연화봉-장터목대피소-천왕봉-중봉-써리봉-치밭목대피소-유평마을-대원사-대원사주차장
*날씨 : 선선하다가 비 쿠화학
*소요시간 : 12시간 5분
*화장실1번, 사진찍기 6번. 언덕은 느리게. 막판은 빠르게.
-- 영상과 관련없는 지리산 산행기 후기 글 ... 더 많은 글은 인스타 있습니다 ---
고산지대에서만 군락을 이루는 풀빛들이 눈에 익을무렵, 학학 거리는 숨을 뒤로하며 해가 뜬다. 풀잎의 습함이 숨에 가득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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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아아 흐드러지는 나뭇잎 사이로 해가 쬐면, 연두잎들이 요정날개처럼 빛을 뿌린다. 렌턴을 끈다. 아침.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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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소리나오는 바위를 넘어가며 잡아챈 나뭇결이 맨들하다. 부드러운 나무표면이라니. 우리 동네 뒷산에선 못보던 녀석인데... 새삼 내가 다른 곳에 왔단 걸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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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가니 바위 색이 달라진다. 한색계열의 둔탁한 녀석들이 뚱하고 묵직하게 자리잡고 있다. 불퉁한 녀석들을 꾸욱꾸욱 눌러주며 산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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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시야가 낮아진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았던 나무들이 허벅다리만큼 낮아져 있다. 갑자기 거인족이 된 것 같다. 아니면, 내가 아기자기한 동화나라에 왔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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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좋다. 흥얼거린다. 타령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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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다시 힘겨워진다. 힘들다. 내리막이 전혀 없다. 계속 같은 근육을 썼더니 허벅다리가 타는 것 같다. 잔뜩 수축된 근육이 이완시켜달라고 난리다. 아아아주 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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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도 몸채만한 바위때문에 지친다. 지친다. 내가 왜 이짓을, 집에 가고싶다. 하악! 내뱉으며 다시 간다. 멍하던 정신이 돌아온다. 끊겼던 생각의 흐름이 이어진다. 초점이 바닥을 어지러이 쳐댄다. 바닥을 접지하는 발목이 사정없이 꺾인다. 이때의 나는 사냥꾼이 된 것 같다. 흐흐! ⠀
심박과 템포가 맞아떨어진다. 머릿속의 노래박자도 딱딱 맞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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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만번이고 흔들린 팔다리의 지방이 욱씬거린다. 어쩌면 근육이 욱씬거리는 건지도. 다리가 아픈것 같기도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힘든데 안힘들고. 안힘든데 죽을거같기도 하고. 집에 가고싶은데 안가고싶기도 하고. 안가고싶은데 집에 너무 가고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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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장거리 트레일러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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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시 내려올 곳을 가느냐.
굳이. 왜. 살빼려고? 경치가 좋아서? 다 봤잖아. 티비로도 볼 수 있고. 사람들이 말하는 두 눈으로 봐야 느낀다는 그 감동, 그거 케이블카 타면 금방 볼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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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생각했던 예전의 나에게 보내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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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제제야, 지금의 제제는 이 것 때문에 산을 간다.
잠을 줄이고. 일을 줄이고. 누군가를 만나는 것을 포기하고. 공부를 미루고. 미움도 받고. 실망도 받고. 그러면서도 이 욕심을 놓지않고. 평소 훈련도 하고. 당뇨병이 걸릴까 무서울 만큼 당분을 섭취하면서. 그렇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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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이 아닌, 가는길 중간중간에서 느껴지는 그 감동을 겪어보지 않은자는 모를 것이리라. ⠀
감동에 대해 쓰자면 A4에 10pt로 150장도 쓸 수 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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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전해지지 않겠지... 전하지 못해도 쓸쓸하지 않다.
동료가 있으니까. 각자 느끼고 바라보는 것은 다를지라도, 그 본질은 같은걸 알아서.
이 아름다운걸 혼자만 아는것 같다는 고독감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아서.
기쁘고 행복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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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제제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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Негізгі бет [산타는제제]지리산 화대종주대회, 진짜 안쉼?어떻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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