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톱니바퀴」
일본의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1892년 도쿄에서 태어나 대학을 다니던 1914년부터 소설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초기작부터 문단의 주목을 크게 받기 시작한 작가는 예술가적 자의식으로 무장해 당대 현실을 인상 깊게 그려냄으로써 일본 문학의 현대적 진전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후 1927년 서른다섯의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그야말로 전설적인 작가로 남게 되는데요. 잘 알려져 있듯 그의 이름을 딴 아쿠타가와 문학상은 1935년 이래로 일본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이 되었고, 지금도 매년 해당 수상작이 우리나라로도 곧바로 번역되어 소개될 만큼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톱니바퀴」는 작가의 말년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십여 년의 짧은 작가 생활이었지만 자신이 세상을 등지기 전 몇 년간은 자전적 요소가 반영된, 소위 사소설 계열의 작품을 작가가 주로 썼습니다. 「톱니바퀴」의 경우 1장인 ‘레인코트’만 생전에 발표가 되었고 나머지는 사후 유고로 발표된 것이어서 죽음 충동에 시달리는 인물의 묘사가 더욱 비극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소설은 한 소설가가 자신의 집을 떠난 채 어디에도 정주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방황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우울과 절망, 불면과 발작에 시달리면서 환청과 환각을 경험하는 ‘나’는 며칠동안 동경 시내 여기저기를 머무르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책을 읽고, 원고를 쓰고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그에게 몇 가지 우연들이 심상치 않게 반복되는데요. ‘레인코트’나 ‘톱니바퀴’, ‘날개’ 등을 비롯해 어떤 색깔이나 이름 같은 것들이 기이하게 겹치게 됩니다. 그것은 ‘나’의 불안을 한껏 자극하고 특히 오른쪽 눈 앞에서 돌아가는 톱니바퀴의 이미지는 죽음의 문턱에 와 있다는 느낌마저 받게 합니다. ‘나’가 마지막으로 희망을 걸었던 것은 교외에 자리한 자신의 집, 가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잠시의 편안함이 지나가자 또 다시 환각과 충동은 시작되었고 자신의 죽음을 걱정하면서 아내가 뛰어 올라오는 순간 ‘나’는 더 이상 다음 이야기를 쓸 힘이 없다고 하면서 누가 나를 죽여주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소설을 끝맺습니다.
「톱니바퀴」는 자살 직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정신적, 심리적 방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자신의 죽음을 예비한 듯한 이 소설을 어떻게 읽어내야 하는지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현대인의 고독과 우울이라는 말로 100여 년 전의 작품을 설명하는 것은 오히려 이 소설을 평범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삶을 통째로 소설에 내던지고 다시 소설의 삶을 현실로 가져오는 이 픽션적 전략은 소설이라는 장르가 당도할 수 있는 최대치의 미학적 성취로 보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한국의 작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식민지 시기 모더니즘의 문학적 조류를 이끌어갔던 이상, 박태원 등의 작가들에게서 아쿠타가와의 영향을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또한 현재 활동 중인 여러 젊은 작가들에게서도 아쿠타가와적 경향과 소설적 전략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것은 그가 남긴 문학적 유산이 ‘청춘’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과 불화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혼란스러워 하는 청춘이라면 언제든 아쿠타가와의 소설에 붙들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분들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세계를 접해 보시기 바랍니다.
낭독 및 내레이션 │김성현, 장윤실 배우
평론 │노태훈 문학평론가
일러스트레이터 │이나헌 작가
「톱니바퀴」를 교보문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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Негізгі бет 「톱니바퀴」, 아사히 신문에서 선정한 '1천년간 일본 최고의 문인'으로 뽑힌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작품│6분 안에 듣는 고전문학 [6분 클래식] [ENG S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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