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 #여,라는말
여, 라는 말/나희덕
잊혀진 것들은 모두 여가 되었다
망각의 물결 속으로 잠겼다
스르르 다시 드러나는 바위, 사람
들은
그것을 섬이라고도 할 수 없어 여,
라 불렀다
울여, 새여, 대천어멈여, 시린여,
검은여...
이 이름들에는 여를오래 휘돌며
지나간
파도의 울음 같은 게 스며 있다
물에 영영 잠켜버렸을지도 모를
기억을
햇빛에 널어 말리는 동안
사람들은 그 얼굴에 이름을 붙여주려 하지만
어느새 사라져버리는 바위,
썰물 때가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그 바위를 향해서도 여,라 불렀을 것이다
그러니 여가 드러난 것은
썰물 때가 되어서만은 아니다
며칠 전부터 물에 잠긴 여 주변을
낮게 맴돌며
날개를 퍼덕이던 새들 때문이다
그 젖은 날개에서 여, 라는 소리가 들렸다
ㅡ사라진 손바닥(문학과 지성사)에 수록
Негізгі бет 여, 라는 말/나희덕
Пікірлер: 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