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에 앉으면 창밖 단풍 아른거리고
목련잎 사이로 참새 들락거리는 게 보입니다.
눈맛은 좋아도 차분히 독서하기엔 심란합니다.
낮은 상에 밝으스름한 전등을 켜고
벽에 기대어 책장을 넘깁니다.
등이 배겨 고심 끝에
‘당근’에서 만 원을 주고 낮은 의자를 샀습니다.
허, 의자에 굽이 있어
상밑으로 접은 다리를 넣을 수 없습니다.
의자높이에 맞춤한 굽을 상다리에 달아 놓으니
뜨락의 작약에 쏟아지던 오후 햇살이
서창의 담쟁이로 이울 때까지
법정 스님과 이해인 수녀님이 주고 받은 편지에
마냥 빠졌습니다.
무릇 세상살이가 정해진 게 따로 없고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은 게 다반사입니다.
의자 높이에 맞춰 멀쩡한 상다리에 굽을 달며
문득,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이따금 ‘합리성’의 집착에서 벗어나
누리는 반역의 재미가 쏠쏠합니다.
Негізгі бет 꼬리, 몸통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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