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늘어진 친정집 대문에 들어서면
태산목, 자목련, 백목련이 키재기하고
단풍이 드리운 그늘을 에돌면
샘가에 살구와 앵두가 나란히 서있었습니다.
어머니 수시로 드나들던 작은 꽃밭에는
접시꽃, 할미꽃, 작약, 모란, 꽈리...
앞다퉈 꽃잎 피워 올렸습니다.
부모님 떠나신 지 오래지만
소박한 꽃밭의 정경이 선연합니다.
“얘야, 꽈리 한 번 불어봐라” 하며
말캉하고 빨간 열매 쥐어주시던
어머니 손길이 그립습니다.
달팽이골에 정착하면서
친정에서 작약 한 뿌리 캐다 뜨락에 심었습니다.
계절이 여러 번 바뀌며 포기가 늘어나 무리를 지었습니다.
북풍의 한설, 땅속에 겨울잠 자다
날이 푹해지면 땅두릅 같은 싹을 올립니다
서둘러 꽃잎부터 열지 않고
싹을 틔우고, 잎을 열고
막대사탕같이 꽃봉오리 맺습니다.
봄비 툭, 툭 봉오리 토닥이면 한겹 두겹 꽃잎을 엽니다.
뜨락의 한 자락
은은한 장미향 감돌고
향 따라 다가서면
톡, 쏘는 기운으로 멈칫 세웁니다.
동백처럼 서둘러 떨어져 내리지 않고
꽃대에 매달린 채 시든 꽃도 꽃임을 보여주며
생과 사의 순환을 거스르지 않습니다.
유유자적하는 작약을 벗 삼아
달팽이 뜨락의 봄철을 온전히 누립니다.
꽈리 사진 출처 :
m.blog.naver.com/jjsu123-/223...
Негізгі бет 작약, 유유자적의 섭리에 따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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