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대부분의 만성통증과 감정조절장애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라는 점을 살펴보겠습니다.
통증은 몸이라는 일종의 '기계'에 이상이 생긴 결과로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만습니다.
특히 만성통증은 신체의 일부의 기능적 이상보다는 내부감각에 대한 능동적 추론시스템의 오류때문에 생깁니다.
물론 불안장애나 우울증 등의 감정조절장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감정과 통증은 모두 뇌의 능동적 추론의 결과임을 이해해야 감정조절장애와 만성통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를 위해서 주의력의 재배치(redepolyment of attention)를 통해 능동적 추론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내면소통 414 - 428)
감정조절장애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 만성통증이다.
둘 다 내부감각 정보들에 대한 능동적 추론 시스템의 오류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따라서 치료의 기본 방향 역시 동일하다.
내부감각 정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습관과 추론의 방식이 신경시스템에 자리 잡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통증에는 급성통증과 만성통증이 있는데 이 둘의 작동방식은 매우 다르다.
급성통증은 부상이나 염증 등으로 인해 신체 일부가 손상되었을 때 주로 나타난다.
예컨대 목디스크가 통증을 가져오는 가장 큰 원인은 디스크 수핵을 둘러싼 막의 손상이나 신경 뿌리에 생긴 염증이다.
이러한 급성통증은 염증이 가라앉거나 상처가 아물면 사라진다.
이에 반해서 만성통증은 구체적인 신체 손상이나 염증 없이도 주로 신경시스템의 오작동으로 인해 나타난다.
만성통증은 허리, 머리, 목, 어깨, 복부, 가슴, 관절 부위 등 신체 여러 곳에서 발생할 수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몸 여기저기가 오랫동안 아프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이유 없는 통증’의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계속 찾으려 한다는 데 있다.
허리에 특별한 이상이 없어도 얼마든지 요통이 생길 수 있고, 머리에 특별한 이상이 없어도 심한 두통이 있을 수 있으며, 심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도 심한 흉통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상하기조차 힘들어 한다.
통증을 무조건 몸이라는 일종의 ‘기계’에 이상이 생긴 신호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만성통증은 감정조절장애와 마찬가지로 내부감각에 대한 추론 시스템의 오류 때문에 생긴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좀 더 빨리 벗어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통증이란 무엇인가?
아프다는 것은 과연 어떠한 경험인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통증이란 마코프 블랭킷 모델에서 말하는 외부상태에 존재하는 어떤 실체에 대한 경험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통증은 실재하는 외부 사물에 대한 경험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가 고통을 느끼는 이유는 뇌가 몸이 현재 고통 속에 있다고 추론하고 판단하기 때문인데, 그러한 추론의 기반이 되는 것은 유입되는 감각정보, 과거의 사전정보, 맥락 단서(contextual cue) 등을 합친 것이다.
즉 기존의 내부 생성모델과 새로이 유입되는 자극 정보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통증은 생성된다.
따라서 신체적 증상을 경험하는 것과 객관적인 신체의 이상 사이의 관계는 항상 개인별로 다르고 상황(context)에 따라 다르고, 또 개인과 상황 간의 상호작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능동적 추론의 관점에서 보자면 통증은 비물질적인 마음이나 정신에 깃들어 있는 신비로운 정신적 현상이 아니며 근육 조직이나 혈관, 뇌 등 생체 조직에 깃들어 있는 생리학적 증상도 아니다.
통증은 살아 있는 몸이 ‘의미를 찾는(sense-making)’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며, 우리가 몸으로 살아가는 이 세상이나 환경과의 뗄 수 없는 관련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프리스턴의 능동적 추론 모델과 정밀정신의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만성통증은 신경시스템이 감각정보에 대한 볼륨 조절에 실패한 상황이다.
만성통증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지속적인 신체 증상(persistent physical symptoms: PPS)’이 발생하는 이유는 환자가 내부감각에 관한 예측오류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별 의미 없는 자극에 대해서도 과민반응하는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특히 만성통증은 뇌가 ‘통각수용(nociception)’에 기능적으로 중독된 상태라 할 수 있다.
만성통증은 고통에 대한 예측과 내부감각 사이에 불일치가 생길 때 일어난다.
즉 통증 자극에 대한 지속적이고도 반복적인 예측오류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이다.
몸의 내부에서 올라오는 다양한 감각을 증폭시켜서 과장되게 통증으로 해석하는 것이 만성통증의 핵심 원인이다.
결국 고통은 내부감각 신호에 대한 뇌의 예측 시스템에 의해서 생산되는 것이다.
이는 불안이나 공포, 분노, 우울 등의 부정적 정서가 생산되는 방식과 매우 흡사하다.
이를 베이지안 추론으로 기술하자면, ‘특정 내부감각이 주어졌을 때 그것이 통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예측[=p(pain | sensation)]’과 ‘특정 통증이 주어졌을 때 그에 따라 특정 감각을 느끼게 되리라는 가능성[=p(sensation | pain)]’ 사이에 상당한 정도의 불일치가 생길 때 만성통증 등의 지속적인 신체 증상이 발생한다.
이럴 때 환자의 신경시스템은 해롭지 않거나 아무 의미가 없는 자극도 통증의 결과로 해석한다.
무의미한 소음에 불과한 내부감각 신호를 무시하는 능력을 상실한 상태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소음에 불과한 내부감각 신호의 볼륨 크기를 ‘줄이는(attenuate)’ 능력의 상실 혹은 ‘주의력 재분산(redeployment of attention)’ 능력의 상실이 곧 만성통증의 원인이다.
따라서 만성통증이나 감정조절장애 등의 신체 증상은 ‘행위와 주의에 대한 선택의 메커니즘’ 오류라는 관점에서 살펴봐야만 하는 것이다.
몸이 아프든 마음이 아프든 통증은 그야말로 ‘전체로서의 한 인간의 전반적인 기능’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만성통증 역시 환자의 몸과 마음의 작동방식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만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보았던 봄의 관점에서 보자면 만성통증이야말로 인간의 몸과 의식에 내향적으로 펼쳐지는 내재적 질서이며,
소마-시그니피컨스와 기호-소마의 대표적인 현상이다.
특히 만성통증은 내부감각 신호에 대한 처리 과정의 오류이므로 뒤에서 다룰 내부감각 자각 훈련이 통증 완화와 정서 안정에 큰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무의미한 내부감각 신호에 지나치게 중요성을 부여하는 신경시스템의 습관을 바꾸는 것인데, 말하자면 감각정보들의 볼륨을 약화시키고 잠잠하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프리스턴은 이것을 ‘주의력 재배치(redeployment of attention)’라고 부른다.
노이즈에 불과한 특정한 내부감각 신호들에 집중되었던 주의를 거둬들이고 다른 감각 신호들로 주의를 분산시켜 보내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늘 아픈 만성통증 환자에게 꼭 필요한 것이 신경시스템의 주의력 재배치다.
다시 한번 강조해두지만, 여기서 말하는 ‘주의력(attention)’은 의식 차원에서의 ‘주의’가 아니다. 내가 어디에 주의를 집중해야겠다는 의지를 발휘해서 바꿀 수 있는 주의력이 아니다.
의식이나 의도보다는 더 아래 차원에서의 문제인 것이다.
즉 나의 뇌와 몸의 신경계에서 나의 의식과 상관없이 작동하는, 자동적인 능동적 추론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프리스턴이 말하는 ‘주의력 재배치’는 굳게 마음먹고 의도한다고해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인 방식의 훈련을 통해서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다.
정서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은 내부감각이나 고유감각을 포함한 여러 가지 감각정보와 그것이 유발하는 다양한 예측오류 정보에 대해 제대로 가중치를 배분하고 중요한 것에 ‘선택적 주의’를 둘 수 있다는 뜻이다.
건강하지 못한 병적인 상태는 수많은 감각정보 중에서 의미 있는 중요한 것과 노이즈에 불과한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해낼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감정조절장애나 만성통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동적 추론 과정에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무엇보다도 하향 프로세스인 예측오류의 피드백을 담당하는 에이전트의 활동 방식과 해석의 패턴을 바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에이전트를 무력화하고 새로운 에이전트를 일시적으로나마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자기 자신을 스스로 돌이켜보는 과정, 즉 자기참조과정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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Негізгі бет 만성통증 - 주의력 재배치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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