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포 전까지
찬 기운 감도는 계곡의 자락에 희끗희끗 잔설이 보이고
빗낫 굵은 선득한 겨울비가 오락가락했습니다.
마파람에 꽃향기 싣고 싱숭새숭 봄이 왔습니다.
변덕스런 날씨에
한번쯤 더 입겠지 싶어 미루고 미루다
옷걸이에 쿰쿰하게 걸려 있는 겨울옷을 내려
묵을 빨래를 합니다.
살을 에는 삭풍과 소름돋는 찬서리의 기억을 물리고
병아리 깃털 같은 노오란 봄볕에 말립니다.
뽀송뽀송해진 기모바지, 스웨터, 코트를
결따라 개어 서랍에 갈무리합니다.
머잖아 녹음이 짙어지고
작열하는 태양
이따금 쏟아지는 소나기에 비지땀 씻기고
몰아치는 태풍에 마음 졸이고
삽상한 가을 볕에 나락이 익어가고
시나브로 상강 지나
뜨락에 찬 서리 하얗게 내리면
서랍에서 스웨터 꺼내어 툭, 뚝, 털어 주름펴고
노오란 봄볕을 간직한 코트깃을 올리고
찬바람 거리에 나서겠지요.
세월은 뜨락의 햇살처럼 머물다
물참나무숲 잎새를 흔들며 시나브로 지나갑니다.
우리는 묵은 빨래를 하고 널고 개키다 문득
계절의 변화를 깨닫게 됩니다.
Негізгі бет 묵은 빨래를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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