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뜨락에 볕좋은 오후가 나른하게 머물고 있습니다.
낮잠을 떨치고 개울가로 나섭니다.
사람 손길 닿아 가지런한 개울에 봄물이 흘러갑니다.
산골샘 맑은 물 골 따라 흐르다 허방에서 내리쏟고
굽잇길 돌고돌아 물길을 열었겠지요.
낮은 데로만 결 따라 흐르는 물, 그래서 겸손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개울물 흘러가는 모습을 지켜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자잘한 몽돌 위를 시원하게 흘러가다
우거진 수풀에서는 땅으로 스며들어 윗물을 기다립니다.
여울을 만나면 왁자하게 소란떨고
바윗돌이 맞서면 돌의 결 따라 물비늘로 흐릅니다.
여름 장마 큰물 때는 닥치는 대로 굴복시키며 내리닫습니다.
물은 겸손에만 머물지 않고
걸림돌 하나하나 지혜롭게 헤치며 바다에 이릅니다.
Негізгі бет 물, 겸손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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