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품 없는 김장통을 지붕 삼아
눈비 가린 보금자리
한입 가득 먹이 물고
어미 딱새 번갈아 들락거립니다.
침침한 둥지 안
아기새 안부가 궁금합니다.
목 축일 물이라도 떠놓고 싶지만
어줍잖은 참견 거두고
섭리에 맡깁니다.
아침 이슬 마르고
산들바람 꽃양귀비 흔들고 있습니다.
홀연, 아까시나무숲에서
어미 딱새의 외침이 스타카토로
뜨락에 떨어져 내립니다.
화답하듯 툭. 툭, 깃치는 소리로
둥지 안이 소란스러워지고
이소(離巢)를 재촉하는 어미새의 외침은 자지러집니다.
조심스레 김장통을 열어보니
아기새들 오금이 저린지 기지개 켜고 있습니다
맏이로 보이는 놈이 둥지에서 뛰어 내리자
용기 얻은 동생들의 날개짓이 이어집니다.
어미새, 아까시나무 높다랗게 앉아
숲으로 아기새를 불러들입니다.
몇 차례 허둥대던 날개짓 끝에
바람 타고 제법 우아하게 날아
가지마다 한 자리씩 차지합니다.
바람결 따라 창공을 날아오르고
가지에 내려 앉아 종알거립니다.
새는 욕망의 손을 버리고
비움의 날개로 바꾸어 달면서
나뭇가지 하나에 단잠을 자고
고귀한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Негізгі бет 딱새, 날아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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