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화니의 주방입니다. 만드는 요리가 거의 중화요리다보니...
'불맛 내는 법', '집 화력으로 불맛 내는 비법'이라던가.. 기타 불맛 관련 질문이 많았어요.
뭐 그 밖에 '중화요리를 불의 요리라서 불이 약하면~' 대충 이런 이야기도 들었구요.
그래서 이번에는 이 '불맛'에 대하여 다루어보았습니다.
'웍'은 '중화요리'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도구입니다. 국자와 식칼, 웍만 있으면 어떤 요리든 다 할수 있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웍은 중화요리에서 매우매우 중요한 도구이지요.
그런데 이 웍을 어떻게..그리고 언제부터 쓰기 시작했을까요?
그걸 알기 위해서는 중국의 식문화와 역사에 대해서 살짝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석탄!
연탄의 원료 쯤으로 알려진 이 석탄은 동/식물의 사체로 만들어진 '화석연료'의 대명사이기도 합니다.
이 석탄이라는 단어가 문헌에 보이기 시작한게 약 3~4세기..'삼국지'의 배경이 된 그 시대인데요, 실제로는 그 전부터 석탄을 써 왔다고 봐야 할것 같습니다.
석탄이라는 연료는 불을 붙이기 참 어렵지만, 일단 한번 불이 붙으면 오래 타는 성질이 있습니다.
때문에 취사용 연료로 아주 딱~ 이었지요.
또 여기에 풀무가 발명되면서 중국인들은 '고온'을 얻을수 있었고, 제철, 제련과 같은 공업용으로 쓰게 됩니다.
그런데~ 이 석탄이 중국에 정말정말 많았다는거...
덕분에 중국은 일찍이 철제 농기구 보급을 통해 많은 양의 식량을 생산할수 있었고,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할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여유가 생기니 자연스럽게 '음식'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고... 이 '석탄'을 또다시 '요리'에 혁신을 가져다 주게 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중화요리의 한 장면 있죠? 불기둥처럼 맹렬한 화염 위에 웍을 올리고 조리하는 장면~!
그 개념은 제법 오래전부터 있었답니다.
석탄으로 얻은 고화력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사용~ 요리에 쓸수 있을까? 궁리하던중에 고안해 낸 것이 바로 '웍'이었습니다.
일단 웍은 매우 얇습니다.
때문에 금방 달아오르고, 금방 식지요.
물론 팬이 얇으면 열을 많이 가둘수 없기에 불리해 보일수 있지만, 애초부터 '고온'을 확보한 상태였기에 이건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수 밀리미터 거리를 두고 맹렬한 화염에서 요리를 하면 금방 뚝딱~ 음식을 만들어 낼수 있으니까요. 빠르게 음식을 낼수 있으니, 단시간에 많은 양의(혹은 많은 종류의)음식을 할수 있었고 그것은 곧 외식산업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송나라 시대때 야시장과 24시간 요릿집이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렇게 오래전에 잡힌 조리 개념들이 현대까지 주욱~ 전해진거라 할수 있죠.
다시 웍 이야기로 돌아와서...
달구어진 '웍'에는 3가지 영역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가장 아랫 부분은 '전도구역' 그 위는 '응결구역', 마지막으로 가장 위는 '대류구역'입니다. 일단 전도구역은 불과 직접 닿는 부분으로 매우 뜨겁습니다. 여기에 식재료를 넣으면 지져지듯 치익~ 하며 익게 되지요.
이때 식재료에서 수분이 나와 기화가 되는데요, 그 위는 자연슬버게 '응결구역'이 된답니다.
이 구역은 고온의 스팀이 존재하는 곳이지요.
마지막으로 가장 위... 웍 바깥쪽은 '대류구역'입니다. 가열되어 상승한 공기가 잠시 머물다가 천천히 내려오는 곳으로... 이 구역은 상대적으로 덜 뜨겁고, 덜 습한 편입니다.
어디서 많이 보던 내용이죠? 중학교 과학시간에 나오는 내용이에요.
이건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궁중팬이나 가마솥 등등.. 웍과 유사한 형태를 띈 냄비라면 모두 해당됩니다.
다만, 웍의 경우 요리사가 직접 흔들어 준다는 부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일단 웍에 재료를 넣으면 '전도구역'에 떨어지면서 순간적으로 지져지게 됩니다. 이때 팬을 흔들면 아래에 머물고 있던 재료들이 위로 올라가면서 응결구역과 대류구역을 지나가게 되지요.
지지기와 찜을 당한 식재료는 대류구역에 잠시 있다가 떨어지면서 식어가며 살짝 건조되게 됩니다. 팬을 여러차례 흔들게 되면 이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빠르게 조리한 음식은 속까지 뜨겁지만, 식감이 살아있는... 그리고 맛이 응축된 그런 맛이 나게 된답니다.
추가로 식재료가 카라멜라이즈와 마이야르 반응을 거치게 되면서 식욕을 돋구는 풍미와 향까지 더해지지요.
그것이 바로 '불맛' 중국어로는 '웍헤이'라고 합니다.
그럼 불쇼는 무엇일까요?
많은 분들께서는 불쇼에 대해 크나큰 환상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이 불쇼는 '부수적인 효과'에 지나지 않습니다.
고온에서 요리를 하다보면 미세한 유증기가 많이 생기는데 여기에 불이 붙는 겁니다.
단, 여기서 주의할점이 있는데요. 팬 속에서 불이 계속 타고 있는 상태로 방치되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가끔 TV나 요리비법이라고 소개되어있는 장면 중에서 그런 게 종종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불을 냈는데, 사그라들지 않고 계속 활활 타는 장면을 말이죠.
그건 잘못된 겁니다.
왜냐하면 팬 속에서 불이 계속 있다는 것은 기름이 발화점을 넘겨버려 타고 있다는 것이고, 이 탄 기름으로 요리를 했다는 의미가 되니까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탄 맛을 불맛이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이것이 나지 않으면 컴플레인을 거는 경우도 있답니다.
비슷한 예로 숯불구이를 들수 있습니다.
원래 숯불구이의 정석은 '재료가 연기에 직접 쪼여지지 않게 바람으로 연기를 날리고 열기만으로 굽는 것'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연기에 직접 쪼여질 경우 좋은 고기든, 좋지 않은 고기든 비슷한 맛이 나기 때문이지요.
물론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맛있고 '훈연'이라고 해서 연기로 풍미를 더하는 조리법이 있긴 하지만, 훈연 역시 '기름 떨어진 연기'가 아닌 나무나 건조된 재료로 낸 깔끔한 연기를 사용한답니다.
그렇다면 가장 이상적인 불맛과 불쇼는?
'자연스러워야'합니다.
유증기에 불이 붙었을때, 마침 식재료가 공중에 올라가 있고 순간적으로 불길에 스쳐지나갔을때의 그 맛!
여기에 따끈따끈 아삭아삭~ 카라멜라이즈와 마이야르 반응으로 살려낸 독특한 풍미~! 이것이 가장 적절한 웍헤이지요.
그렇다면 가정집에서 업장의 웍헤이를 낼수 있을까요?
업장과 가정집의 화력차이는 매우 크기에 '같은' 것은 불가능합니다.
요리사의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물리적인 부분에서 심할 정도로 차이가 나니까요. 불쇼는 가능하긴 하지만 가정집에서는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팬이 연기가 날 정도까지 가열하고, 독한 술을 뿌리면 쉽게 불이 붙지만 그 정도의 온도에서는 향신료가 금방 타 버리기 때문이지요.
업장은 고화력이기에 '향내기 ▶▶ 후반작업'에서도 '유증기'를 충분하게 낼수 있지만, 가정집에서는 힘듭니다.
오히려 심하게 눌어붙거나, 질척해져서(술 사용) 요리가 엉망이 되어버릴수도 있죠.
사실 가정집에서 웍헤이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정집에서 많이 쓰는 스텐국자나 코팅팬은 고화력을 감당하기 힘들며, 만드는 이의 절묘한 팬놀림이 있어야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가끔 '화력'유무에 따라 진정한 중화요리를 따지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잘못된거라고 생각합니다.
중화요리가 불의 요리인 것은 맞지만, 그것은 '세심한 불조절'을 중요시해서이지, 고화력 때문만은 아닙니다. 즉, 화력 제한이 있더라도 불조절만 잘 하면 얼마든지 중국요리를 만들수 있습니다.
마파두부, 어향가지, 볶음면, 볶음밥 등등... 모두 중국 가정집에서도 해 먹는 요리이거든요.
가정집에서 아무리 곰탕을 잘 끓여도 전문점에서 소 한마리 통째로 넣어 끓인 곰탕보다 못하듯, 중국요리도 마찬가지 입니다.
사실 실력 좋은 요리사라도 업장을 떠나 '가정집'에서 요리를 하면,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할수 없습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구요.(전 PD도 겸해야 하기에 제약이 더욱 크죠.)
일단 궁금하신 분들이 계시기에 집에서 '불쇼'연출하는 법에 대해서는..
1. 팬을 충분하게 달군다.
코팅팬 안됩니다. 코팅이 탈 염려가 있거든요.
2. 기름을 두르고 연기가 나기 직전까지 가열한다.
3. 술을 살짝 뿌리고 팬을 흔든다.
이렇게 하면 대량의 유증기가 발생해 불이 붙기 좋은 환경이 됩니다.
단, 이 경우 향신료를 먼저 넣으면 타버릴수 있습니다. 또 불쇼가 일어나면 기름이 다량 유실되기에 추가적인 기름이 더 필요할수도 있구요.
때문에 이 불쇼를 하고 싶으시다면, '다진 향신료'보다는 편으로 썬 향신료를 쓰거나 향신료 전에 뭔가를 먼저 넣어 볶는 편이 좋습니다.
예) 짜장면의 경우 고기를 넣어 볶다가, 생강투입! 이후 술을 흘려 불쇼~ 그 직후 양파와 양배추를 넣어 볶으면 되겠습니다.
자료참조
Flaming wok by KellyB at Madarin restaurant in Bountiful, Utah, USA.
Modernist Cuisine Vol 2, Techniques and Equipment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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